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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상실을 넘어 성장과 용기를 배운 심바의 서사

by 서하qq 2025. 8. 25.

영화 라이온 킹 포스터
영화 라이온 킹 포스터

 

'라이온 킹(The Lion King)'은 아프리카 대초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장대한 성장 서사다. 주인공 심바는 아버지 무파사를 잃고 죄책감과 두려움에 휩싸여 도망치지만, 결국 자신이 지켜야 할 자리를 받아들이고 왕으로 성장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동물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상실과 방황, 그리고 책임과 용서에 대한 은유로 다가온다. 영화 속 “Circle of Life(생명의 순환)”라는 메시지는 삶과 죽음, 세대의 교체가 모두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며, 우리 또한 언젠가는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래서 '라이온 킹'은 세대를 넘어 누구나 공감하는 감동의 고전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의 가르침과 무너진 세계

영화의 시작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태양이 떠오르는 아프리카 대초원, 수많은 동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생 사자 심바를 축복하는 장면. 이 짧은 도입부는 단순히 귀여운 아기 사자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그가 짊어져야 할 운명을 강렬하게 예고한다. 심바는 아버지 무파사의 아들로 태어나 언젠가 왕이 될 존재였지만, 그 순간의 의미를 어린 그는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뛰어놀고 싶은 아이였고, 책임이라는 단어는 아직 멀게만 느껴졌다.

무파사는 심바에게 왕의 의미를 가르친다. 왕은 단순히 힘으로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모든 생명을 지키고 균형을 유지하는 자라고. 먹고 먹히는 세계 속에서도 그 균형이 바로 “생명의 순환”이라는 진리를 알려준다. 하지만 심바는 그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는 "나는 장차 왕이 될 거야"라는 자부심에 들떠 위험한 곳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바로 그 틈을 삼촌 스카가 파고든다. 스카는 무파사의 동생이자, 왕이 되고 싶었던 인물이다. 그는 교묘하게 심바를 이용해 무파사를 함정에 빠뜨린다.

결국 무파사는 절벽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고, 심바는 아버지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짓눌린다. 더 무서운 건 스카가 속삭이는 말이었다. “이건 네 탓이야. 네가 아버지를 죽인 거야.” 아직 어린 심바는 그 말을 믿고 왕국을 떠나 도망친다. 영화 초반부는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진 세계, 그리고 어린 주인공이 감당하기 힘든 상실과 자기 부정으로 가득 차 있다. 관객들 역시 이 장면에서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알고 있다. 이 고통이 곧 심바가 성장하기 위한 첫 관문이라는 것을.

도망친 심바, 그리고 “하쿠나 마타타”

왕국을 떠난 심바는 죽음 직전에서 티몬과 품바를 만난다. 그들이 가르쳐준 삶의 방식은 “하쿠나 마타타”, 즉 “걱정하지 마”였다. 심바는 과거의 죄책감과 두려움을 잊고 새로운 삶을 배운다. 나무 위에서 노래하고, 벌레를 먹으며 웃고 떠드는 장면은 자유롭고 유쾌했지만, 그 자유는 사실 도피였다. 그는 여전히 아버지를 잃은 상처와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것을 외면하며 살아갔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된 심바 앞에 어린 시절 친구였던 날라가 나타난다. 그녀는 스카의 통치 아래 폐허가 된 왕국의 현실을 전하며, 돌아와 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심바는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나는 왕이 될 자격이 없어. 아버지를 죽게 만든 건 나니까.” 이렇게 그는 여전히 과거의 사슬에 묶여 있었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과거의 실패나 상처는 오랫동안 우리를 붙잡아두고, 새로운 시작을 가로막는다.

심바가 다시 일어서는 전환점은 라피키와의 만남이었다. 라피키는 심바에게 “아버지는 네 안에 살아 있다”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물속에 비친 심바의 얼굴 속에서 무파사의 흔적을 보게 만든다. 그 장면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심바가 진정으로 받아들여야 할 진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도망친다고 과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것을 안고 나아가야 한다는 깨달음. 그제야 심바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돌아온 왕, 그리고 생명의 순환

심바는 마침내 왕국으로 돌아간다. 그곳은 이미 스카의 통치로 메말라 있었고, 동물들은 굶주려 있었다. 과거의 자신이 외면한 결과가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스카와의 대결은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니라, 심바가 과거의 두려움과 죄책감을 뛰어넘는 싸움이었다. 결국 그는 승리하고, 왕국을 되찾는다. 무파사의 가르침처럼, 왕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켜내는 자리라는 걸 비로소 이해한다.

마지막 장면은 다시 처음과 닮아 있다. 이제는 심바가 자신의 새끼를 들어 올리며 포효한다. 생명의 순환은 계속된다. 과거의 아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무게를 안고 새로운 세대를 이끄는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래서 '라이온 킹'은 단순히 동물 왕국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상실을 겪고, 도망치고, 다시 일어나 책임을 받아들이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이야기다.

이 영화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심바처럼 아버지를 잃고, 두려움에 도망치고, 다시 돌아와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을 겪는다. 삶은 늘 순환하며, 세대는 이어진다. '라이온 킹'은 그 순환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결국 왕이 된다는 건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것, 그리고 그 책임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성장의 본질이라는 것을.

그래서 『라이온 킹』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우리 삶의 교과서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심바의 포효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언젠가 나도 내 왕국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